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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고/맛집

깔끔한 분위기에 투박하면서 든든한 집밥 느낌, 하남 ‘삼봉냉면’의 청국장과 파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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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서 일을 마친 후 다시 평택으로 내려가는 길. 평소엔 잘 안가는 장한평 쪽을 들렀다가 다시 서울 외곽고속도로를 가야했는데 네비게이션이 말썽...  좌회전이 되는 곳에서 굳이 우회전했다가 유턴을 하라지를 않나 유턴이 안되는 곳에서 갑자기 유턴을 하라고 하지를 않나. 근처만 두 바퀴는 돈 것 같았는데 결국 아는 길을 돌아서 가기로 한 아부지. 서하남ic 까지 오다가 한끼 밖에 못드신 아부지는 충전하고 가야겠다면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으려던 계획을 바꿔 고속도로 진입 전에 근처 식당가 쪽으로 차를 돌렸다. 

 


마침 출출했던 우리는 고속도로 진입 부근에 바로 보이는 식당으로 향했다. 멀리서 ‘갈비탕’이라는 글씨가 보이자마자 직진ㅋㅋㅋㅋㅋㅋ

갈비탕은 안땡겼지만 뭐 다른 메뉴가 있거니 생각한 곳은 냉면 전문점. 한창 많이 생겼던 고기 주는 냉면집.솔직히 파스타를 제외한 면 종류에는 좀 약한 편이라 일반 한식당을 생각했던 나는 메뉴가 약간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마침 보이는 청국장이라는 글씨!

 


평소에 청국장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얼마전에 청국장 먹방을 본 후로 잠시 청국장이 땡겼던 터. 청국장에 쭈꾸미, 청국장에 낙지볶음 그리고 청국장에 파불백!
청국장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옆에 고기가 있으니 안시킬 이유야 무엇이랴! 

언니와 아부지는 삼봉냉면에 숯불고기가 나오는 것(8,500원)으로 그리고 나는 청국장에 파불백(8,000원) 메뉴로 주문했다.

 


냉면은 삼봉냉면, 물냉면, 비빔냉면 세가지가 있었는데 삼봉냉면이 더 특별한 뭔가가 있는 시그니처 메뉴인 것 같다. 설명을 보니 열무김치, 콩나물이 올라간 얼큰한 냉면이라는데 베이스는 비빔물냉인 것 같은데 열무와 콩나물이 은근 기대되었다. 콩나물하니까 쫄면 생각도 들고.

 


일하시는 분이 두분 밖에 안계셔서 주문도 좀 늦게 들어가긴 했으나 미리 양해를 구하셨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셀프로 가져다 먹는 육수를 먹고 있었다. 셀프여서 번거롭긴 했지만 오히려 양껏 마실 수 있어 좋은 것 같았다. 아부지는 세 잔 드심ㅎㅎ 그만큼 감칠맛 나고 지금 계절에 딱 어울렸던 육수타임!


주문한 청국장 먼저 나와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식탁에 놓을 때 이모님이 한 개 어쩌구 하시는게 무슨 소린가 했더니 다른 테이블에 먼저 가야할 게 지금 나왔던 것.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다가 그쪽에서 그냥 됐다 그래서 나도 의도치 않게 먼저 식사하게 되었음....

 


일단 청국장은 8,000원 구성치고 굉장히 좋아서 당황쓰. 청국장에 대접을 주는데 청국장이랑 비벼먹을 수 있게 채소들이 나온다. 상추, 고사리, 무청, 무생채...비빔채소가 나오는 줄은 아예 몰랐음. (가끔 보리밥 집에서만 보고 청국장을 굳이 사먹는 편도 아니지만 반찬들을 넣고 비비기만했지 이렇게 따로 나올줄이야ㅋㅋㅋ)
그리고 파불백 비주얼도 깡패... 사이드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비주얼!!


밥을 대접에 담아 참기름 두르고 채소 넣고 청국장 투하. 앞 사람께 나한테 왔으니 언니랑 아빠 음식은 좀 걸릴 것 같아 결국에 청국장을 노나 먹었다^0^

 

 


근데 청국장 자체는 좀 많이 간간한 편이었던게 조금 아쉬웠던 점. 뜨끈한 뚝배기에 담긴 청국장이 먹고 싶어서 밥에 다 안넣고 따로 먹기도 했는데 맛은 쿰쿰하고 고소하고 뜨끈해서 좋았는데 간이 조금만 덜 셌으면 진짜 맛있었을 것 같다.


아 파불백 까먹을 뻔. 불맛이 나면서 살짝 달달한 풍미가 있는 불백에 역시 불맛 베인 파채가 향긋하니 잘어울렸다. 파채 양도 은근 넉넉해서 더 만족! 이걸로도만 팔아도 먹을 듯 ㅜㅜ

깍두기랑 열무김치도 한입 씩 했는데 그걸 먹으면서 알았다. 열무가 올라간 삼봉냉면의 맛도 꽤 좋겠구나...

 

 


삼봉냉면은 삼봉냉면과 숯불고기, 절임무가 서빙된다.
쫄면 비주얼. 청국장에 나온 채소도 그렇고 냉면에 올려진 고명도 그렇고 투박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냉면에 배추, 열무, 콩나물, 절임무 등 채소가 많아서 채소 좋아하는 나에게 딱이었다. (뺏어먹기 딱 좋았다는 이야기) 고기는 불백 고기랑 같은 느낌. 불 맛 나는 고기에 채소 한 껏 올린 냉면을 같이 먹어주면 됨.
그리고 냉면이 은근 매콤하다. 얼큰하다는게 들어 맞는 약간의 칼칼하지만 깔끔한 끝맛이 있다.


한참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와서 주문이 약간 꼬여서 냉면과 청국장이 같이 나왔어야 됐는데 죄송하다면서 사이다를 주셨다. 청국장 먼저 못받은 테이블에도 한 캔.
물론 다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거지만 그래도 청국장이 먼저 나와 셋이서 도란도란 가볍게 배 채운 것도 나름 좋았다. 사이다도 사이다지만 그래도 오셔서 양해구해주시고 배려하는 말씀 해주셔서 손님 입장에서 더 감사했다. 있던 불편도 없어지는 느낌!

청국장 좋아하는 엄마 데리고 와야겠다면서 ㅋㅋㅋㅋ명함까지 챙겨왔다. 서울과 경기를 오갈때 보통은 하남을 경유하지 않는데 여기 방문 하려고 몇번 왔다갔다 할 듯 하다.


이상했던 네비게이션 길안내 덕에 휴게소에서 분식 먹는 것 대신 좋은 식당을 알게 된 것 같아 오히려 더 좋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집으로 갔다.
진짜 오랜만에 딱 알맞게 외식한 것 같다. 적당히 맛있고 적당히 배부르고 적당히 만족한 적당했던 곳. 이런 적당함이 너무 오랜만이여서 행복했던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