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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DIARY

[190928] 경기도와 친해지기 / 내 (곤충)친구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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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에서 경기도로 강제 유배 아니 이사를 온 지 약 보름이 넘었다. 아직도 정리할 짐이 남아있고 식자재 마트를 오늘 처음 가 볼 수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경기도민이 되었는데.

 

경기도라고 다 같은 경기도 아니고, 내 생각 속에 경기도는 꽤나 번화한 서울과 별반 다른 곳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들이 그나마 살고 있는 서울과 가까운 광명, 부천이나 친가가 있던 의정부 쪽은 나름 자주 갔었는데 거긴 정말 그냥 서울이랑 비슷하고 익숙하고 그랬다. 그런데 여기만 되도 '시내'만 나가려고 해도 버스로 30분 넘게 달려야 한다.... 오른쪽 창 밖은 단지이지만 왼쪽 창 밖은 논밭인거다. 말로만 듣던 읍내, 시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오다니.... 드라마라도 찍는 느낌이다. 괜히 서울 깍쟁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이 귀농하신 지금, 진짜 뜬 눈으로 잠을 설치는 게 어떤 건지 몸 소 체험하게 해준 끝판왕 '고라니'까지 만나고 나니 경기도 이쯤이야 괜찮을 줄 알았다.... 문득 문득 몰려오는 아니 문득이 아니라 일정 시간마다 맞춘 듯이 올라오는 거름냄새는 정말이지 적응이 안된다. 은은한 똥 냄새 덕분에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나는 경기도민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tmi로 고라니는 정말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진짜 끝판왕. 새벽에 잘못 만나면 잠을 못 잠. 어찌나 한맺힌 처녀귀신 처럼 울어대는지.... 처녀귀신이 아니라 약간 한맺힌 UFC격투기 선수 처럼 울어댄다. 소름 돋으면서도 동시에 시끄러운듯 아닌듯 그게 정말 거슬린다. 게다가 메아리도 울리는 대다가 자기들끼리 서로 대답한답시고 왔다갔다 만담마냥 울어대는데 아직도 닭 울음소리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날 밤 꼴딱 샌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또 얘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적응을 해서 적응의 동물이 아니라 적응의 동물이라니까 어찌어찌 적응을 해보는 것도 같다) 나름 괜찮은 점을 찾아 가고 있는데, 차차 이야기 해보고(아직 못 찾은 거 아님............) 그 중 하나는 이거.

 

 

내친소

무당이랑 도롱이 완, 투.

 

 

내친소 첫 번째 친구 '무당이'

 

 

무당이 특기는 날기다. 실은 처음으로 창문 바로 앞에 위치해서 늘 주시하고 있던 빵집에 처음 탐방을 가던 날 빨간 게 눈 앞을 날아 다니길래 중국매미 인줄 알고 놀라서 뒷걸음 질 치다가 발견한 친구다. 중국매미 치고는 작은데? 싶어서 가만히 보니 새끼 손톱만한 무당벌레. 엄빠 사는 곳에서 한 번 보긴 했는데 미친 듯 비행하는 건 처음 봤다.

 

 

도롱이 완과 도롱이 투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지만 절대 아님.

 

비온 다음 날 집 가고 있는데 샤샤샥 빠르게도 지나가는 한 쌍의 파충류. 솔직히 도마뱀인지 도롱뇽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으나....(도마뱀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롱'이가 귀여우니 이름은 도롱이로 지음) 얘네도 한 쌍으로 다니는데 난 뭐하고 있는 거니.

아무튼 저 사진은 잘 안 보이는 도롱이완, 투의 위치를 우산으로 가리키고 있는 모습. 그런데 똥화질로 찍은 동영상을 캡쳐한 덕에 도롱이 둘이 어디있나 싶을 수 있겠다.

 

 

도롱이 완(밑에 표시 되어있는 친구)이가 잘 안 보임 주의.

 

살아있는 현장학습, 살아있는 체험학습이 따로없다.

이 현장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안 본지 오래 되었을 내 상황 속에 갑자기 야생 곤충과 동물이 난입하고 있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식자재 마트 가고 있는 길에는 대왕 사마귀를 발견했는데. 내 평생 그렇게 큰 사마귀는 책에서나 봤던 것 같다. 초록색이고 큰 눈 사마귀니까 '초롱'이라고 해야겠다. 초롱이는 핸드폰을 안가져 가서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쉽다. 다음에 마트가는 길에도 또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음 친구4는 누굴까?

 

 

 

 

또 뜬금 없는 이야기지만 내친소 외에도 좀 빨리 찾은 괜찮은 점이 하나 더 있있다. 이 곳에 맛집 찾는 재미, 특히 요새 집에서 배달 시켜 먹는 재미에 빠졌다. 이것도 차차 포스팅 해야지. 적응의 동물이라니까 적응을 해봐야지. 난 이제 경기도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