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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DIARY

[190905] 비오는 날 밤 해장국에 소주 한 잔 하면서 힐링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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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날을 하루 앞두고 비가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도 줄 곧 오더니, 점심에는 잔잔해지다가 또 저녁이 되니 다시 세차게 내렸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내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더 뒤숭숭해졌다. 경기도 가기싫어... 서울에서 계속 살고 싶어... 게다가 이렇게 비가 내리다니 내일은 또 어떻게 이사를 한담. 막막한 마음으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이렇게 부르면 나올 수 있는 동네친구도 이제 없는거겠지? 당장에 보고 싶다고 해도 두 세시간은 달려야 만날 수 있게 되버리니 이런 날 심란한 마음에 소주도 술술 들어갈 것 같다. 비도 오는데 잘됐지 뭐.

 

눈 앞까지 하얘질 정도로 내리는 비를 뚫고 5-10분 쯤 걸어서 망원 우체국 근처 해장국 집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가게 이름이 밀감인 건지 왕뼈해장국인건지 이름이 두개더라. 마포구청 근처에 사는 친구는 벌써 와 앉아있었다. 비오는 날 실내에 들어가니 잔잔해지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더라.

 

 

내부가 참 넓은 왕뼈해장국 집.

 

기분이 꿀꿀해서 이 해장국은 블로그에 안올리겠다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찍은 내부 사진들. 일단 올려보자. 좌식도 있고 입식도 있고 무튼 엄청 넓은 감자탕 집이었다. 감자탕집은 보통 엄청 넓거나 엄청 좁고 허름하거나 둘 중 하나인 듯. 무튼 자리를 잡고 친구와 둘이 한숨부터 푹푹. 정말 이 날 이사가기 싫었나보다ㅋㅋㅋㅋㅋㅋ

 

일단 별 얘기 없이 죽상으로 시키는 해장국 두 그릇.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라 시키는 후레시 한 병. 아 친구는 그 와중에 맥주도 마시고 싶다면서 카스를 시킨다........ㅋㅋㅋㅋㅋㅋㅋ

 

 

해장국 한 그릇 tmi로 가격은 8,000원.

역시 해장국의 장점은 스피드 아니겠음? 음식 한 번 빨리 나와서 신난다. 그래도 소소한 행복....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 안 그럼 경기도가 아닌 도살장 끌려가는 개와 같은 심정이 될 것 같아서 마인드를 바꾸는 운동 중이다ㅜㅜ.... 그와중에 맛있네. 뭐 엄청 맛집을 일부러 찾아간 건 아니니까 엄청 맛있다기 보단 비오는 날 우중중한 마음으로 해장국 한 입 먹으니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친구 우울한 이야기 들어주고 나 이사가기 싫다고 징징징 대고 한바탕 우울파티를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해장국이 땡길 때 먹어서 그런지 소주를 마셔서 그런지 우울함이 풀린다. 원래 우울한 얘기 하면 더 우울해져서 얘기 잘 안하게 되는데 희한하네. 

 

밥은 깨작깨작 몇 번 먹고 해장국 건더기를 한바탕 휩쓸어 주는 센스. 한 그릇 뚝딱하고 내일은 이사를 해야되니 일단은 여기서 술은 접기로 한다. 왜냐면 난 금방 서울 다시 올꺼니까 훌쩍......이라고 하기엔 아이스크림으로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망원동 실내 포차 한 군데 가서 소주 한 병 더 마셨다. 이제 부터 한 병 이상 마시면 '소주'로 개명하기로 했는데 인 당 한 병 마신 셈이니 다행히 오늘은 통과. 기분 따라 한 병 더 마셨으면 큰일 날 뻔.

 

 

 

그리고 다음 날 거짓말 쳐럼 다행히 비는 안와 시원한 날씨를 배경으로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는 이야기.